천간(天干)이 ‘계(癸)’이고, 지지(地支)가 ‘사(巳)’인 해. 육십갑자(六十甲子)의 서른 번째 해이다. 癸열째 천간 계 뱀(巳)은 시각으로는 9시에서 11시, 방향으로는 남남동, 달로는 음력4월에 해당한다. 파충류의 동물 실체로 일상생활에서 인간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거나 흉물로 배척당하지만 민속신앙에서는 신적 존재로 위해지면서 일찍부터 다양한 풍속이 전승되고 있다. 뱀은 겨울잠을 자는 동물이다. 땅에 가장 많이 몸을 대고 살기에 땅과 밀접하며 냉혈동물이고, 독을 품고 있어 두렵다. 그런가 하면 뱀이 크면 구렁이가 되고, 이 구렁이가 더 크면 이무기(이시미)가 되며 이무기가 여의주를 얻거나 어떤 계기를 가지면 용으로 승격한다는 민속체계가 있다. 뱀의 범주에는 이무기, 구렁이, 뱀이 다 포함된다. 징그럽게 꿈틀거리는 기다란 몸뚱이, 소리없이 발 밑을 스윽하고 스쳐 지나가는 듯한 촉감, 미끈하고 축축할 것 같은 피부, 무서운 독을 품은 채 허공을 날름거리는 길다란 혀, 사람을 노려보는 듯한 차가운 눈초리, 교활함의 대명사가 돼 버린 뱀은 분명 우리 인간에게 그리 반가운 동물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지나친 혐오감 뒤에는 또다른 호기심과 관심이 있다. 이것이 죽음으로부터 매번 재생하는 영원한 생명을 누리는 무덤의 수호신, 지신(地神), 죽은 이의 새로운 재생과 영생을 돕는 존재 인식했다. 또 많은 알과 새끼를 낳는 뱀의 다산성(多産性)은 풍요(豊饒)와 재물(財物),가복(家福)의 신이며, 뱀은 생명 탄생과 치유의 힘, 지혜와 예언의 능력, 우리가 뱀을 각기 문화적 맥락 속으로 상징화할 때 생긴 문화적 오해 때문이다. 뱀은 치료의 신이다. 그리스 신화 아폴론의 아들 아스클레피오스는 ‘의술의 신’이다. 이 의술신의 딸이 들고 다니는 단장에는 언제나 한 마리의 뱀이 둘둘 말려 있었다. 이 뱀은 의신의 신성한 하인이었고, 해마다 다시 소생하여 탈피함으로서 새로운 정력을 소생시킨다는 스태미너의 심벌로 간주돼 왔다. 지금도 군의관의 뺏지는 십자가 나무에 뱀 두 마리가 감긴 도안이고, 유럽의 병원과 약국의 문장은 치료의 신, 의술의 신을 상징하는 뱀이다. 한편 뱀은 민간의료의 약용으로도 쓰인다. 약용으로 쓰는 뱀은 주로 살모사, 구렁이, 칠점사, 독사, 독뱀 등이다. 뱀은 정력강장 작용을 하고 고혈압 환자에게 혈압 하강작용을 하며, 뱀허물도 중요한 약재였다. 『조선왕조실록』, 『세종실록지리지』, 『산림경제(山林經濟)』 여기에서 뱀허물이 정창, 모든 상처에 파리와 구더기를 없애는데, 뱀은 용과 함께 영험한 힘을 가진 것으로 되어 있어 죽이거나 잡아먹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정력에 좋다는 속설은 뱀장수들이 만들어낸 허설이라고 한다. 뱀의 독은 맹독으로 한 마리가 가진 독으로 수십 명을 죽일 수 있다. 특히 뱀탕을 끓였을 때 뜨는 뱀기름은 남성의 성기능을 해친다고 한다. 뱀을 생식한다든가 구워서 먹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몸에 좋지 않다. 독성이 걸러지지 않은 상태로 몸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그것은 몸이 늙어 말을 듣지 않을 경우 몸 속에 독을 넣어 흔들어대는 것과 같다. 간혹 죽음 직전의 폐병 환자가 뱀을 고아먹는 경우는 있었다. 그것은 이왕 죽을 사람이므로 마지막 죽기살기식의 독용법(毒用法)인 셈이다. 의학적으로 동종요법이라는 것이다. 이는 독을 조금씩 써서 병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때 쓰는 독은 아주 적은 양이다. 이열치열(以熱治熱)하듯 한의학에서는 이를 '독으로써 독을 다스린다.'는 비술(秘術)로 쓰고 있다. 이 때의 약용은 살모사 정도였다. 구렁이가 집에서 서식하고 있는 것을 보면 재물을 내려준다 해서 길조로 여겼다. 따라서 '구렁이'라 부르지도 않고 '지킴' 또는 '지킴님'이라고 높여 불렀다. '구렁이'라 부르는 것은 금기(禁忌)였던 것이다. 이건(李建)의 <제주풍토기(濟州風土記)>에 보면, "풀이 무성하고 습기가 많을 때는 뱀이 규방이나 섬 사람들은 뱀을 보면 '부군신령(府君神靈)'이라 하여 쌀과 맑은 물과 술을 뿌리면서 빌고, 죽이지를 않았으며, 만일 뱀을 죽이면 재앙이 내려 발굼치도 움직이지 못하고 복희씨와 여와씨(女窩氏)는 뱀 몸뚱이에 사람의 얼굴이 달린 형상이었다. 중국 사람들은 물의 신(河神)의 모습도 뱀이라고 믿었다. 일본을 건국한 천조대신(天照大神)의 동생 소전명존(素箋鳴尊)은 이것이 일본 3대 국보의 하나로 전해지고 있는 천총운검(天叢雲劒)이다. 에와와 뱀은 같이 어울릴 수 있었고 성행위를 하는 관계였다. 이는 창세기에 기록된 뱀과 이브의 어울림에서 알 수 있다. 즉 태초의 뱀은 서서 다녔고 잘 생겼고 지혜로왔으며 이브와 함께 놀 수 있는 상대였다. 그것은 반대로 말해 이브와 뱀이 한 종족이었다는 반증이 된다. 강원도 치악산에 있는 상원사(上阮寺)의 연기설화(緣起說話)가 그러한 예의 하나일 것이다. 산이 그의 친구였고 산짐승 또한 그의 친구였다. 그는 약육강식이 횡횡하는 산에서 늘 약하고 불쌍한 짐승들의 편이 되었다. 어느날 그는 꿩 부부가 뱀의 공격에 처한 상황을 보게 되었다. 그는 어린 껴병이를 지키려는 꿩의 모성애에 감탄하여 작대기로 뱀을 때렸다. 단 한번뿐이었는데 뱀은 급소를 맞아 죽어 버렸다. 어둠 속에서 그는 불빛이 비치는 집을 찾게 되고 하루 저녁 쉬어가기를 청했다. 주인 여자는 살갑게도 따뜻한 저녁과 술로 주린 나무꾼의 배를 채워 주었다. 술에 취한 나무꾼은 여인의 품에 안겨 잠이 들었다. 술기운에도 목이 눌리는 것을 깨달은 나무꾼은 있는 힘을 다해 팔을 뻗었다. 놀랍게도 몸을 칭칭 감은 뱀이 입을 벌려 그를 잡아 먹으려 하고 있었다. 이 뱀은 어제 죽은 뱀의 신부뱀으로서 복수하기 위해 여인으로 변신했던 것이다. 그러니 나무꾼은 공연히 남의 일에 끼어들었다가 꼼짝없이 죽을 지경에 이르렀다. 그때였다. 갑자기 종소리가 들렸다. 나무꾼은 자신을 구해준 종을 찾아가 보았다. 그곳에는 전날 나무꾼이 살려준 꿩 부부가 머리에 피를 흘리며 죽어가고 있었다. 그를 살려주기 위해 몸으로 보은을 한 것이다. 진광사(晉光寺)의 승려가 시골 여인을 아내로 삼고 몰래 밤마다 출입하다가 죽었다. 죽은 중은 아내를 못잊어 뱀으로 환생하여 낮에는 독 속에 숨어있다가 밤이면 아내와 동침하였다. 이 사실을 안 마을의 사또가 뱀을 궤짝에 넣어 물에 띄워버렸다는 내용이다. 이 외에도 뱀이 사람을 해치려고 했다는 설화는 꽤 있다. 뱀이 나쁘게 인식된 것은 남근의 상징으로, 죽은 사람의 혼으로 태어나는 상사뱀은 가지밭에 숨어 가지로 둔갑하거나 오이밭에선 오이로, 사모했던 여인이 밭으로 들어오면 재빨리 여인의 음부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한번 들어간 뱀은 절대로 바깥으로 나오지 않고 평생 그 여인의 신랑이 되어 버린다. 상사뱀 설화는 대체로 불교적인 교훈을 말할 때 그러나,애욕과 성희에 대한 근원적 생각은 결코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빨래하러 갔던 여인의 가랑이 사이로 물 속에서 갑자기 솟구친 뱀이 뛰어들었다거나, 동동 떠내려오는 뱀알을 주워먹고 잉태를 했다는 옛날 이야기는 결국 뱀은 남성 상징이라는 이야긴데, 어느 농부가 논두렁을 자꾸만 뚫는 뱀을 삽으로 찍어 죽인 다음 아들을 낳았는데, 이 아이가 무럭무럭 잘 자라다가 담이 무너져 깔려 죽었다. 아이가 죽은 땅을 파 보았더니 토막난 뱀의 시체가 있었다는 이야기로부터, 뱀을 죽이려면 완전히 죽여야지 반만 죽이면 살아나서 <뱀서방 설화> 하나를 덧붙이는 것으로 이야기는 여기서 마무리하자. 어느 마을에 아기를 못낳는 부인이 있었다. 그래서 이 부인은 정안수를 떠놓고 천지신명께 빌어도 보고 잉태의 소망은 별바라기처럼 아득하기만 했다. 그러다 보니 세월도 흘러 부인의 나이 어느덧 오십, 손자는커녕 희망을 잃고 한숨을 쉬며 빨래를 하기 위해 개울로 나간 부인은 위쪽에서 동동 떠내려오는 오이 하나를 발견하곤 팔자타령을 하며 와작와작 씹어 먹었다. 그러나, 아기를 본 부인은 기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샅 부분까지는 분명히 사람인데, 그것도 아주 잘 생긴 사람인데 두 다리가 뱀이 아닌가. 징그러운 뱀이 고추 아래로 길게 붙어있는 것이다. 부인은 운명으로 여겼다. 이런 자식일망정 아들을 점지해 준 삼신할머니께 감사한 마음까지 가졌다. 정성으로 키웠다. 머리도 좋았고 건강하였으며 부모님께 효성하는 마음 또한 지극하였다. 뱀총각은 장가를 가고 싶어했다. 그러나, 자신의 하체가 뱀이니 어떤 처녀가 시집을 올 것인가. 이때 이웃집에 딸 셋이 있었는데 첫째와 둘째는 혼인 이야기가 나오자 기겁을 하며 차라리 처녀로 늙어 죽었으면 죽었지 뱀과는 결혼할 수 없다고 하였다. 그러나 셋째딸은 그것이 운명이라면 기꺼이 받아들이겠다고 하면서 뱀총각의 기쁨은 말할 수 없었다. 드디어 혼인식을 올리고 첫날밤이 되었다. 뱀과 동침할 시간이 된 것이다. 꿀같은 밤이 지났다. 아침이 되니 신랑은 다시 뱀으로 변했다. 따라서 이 비밀을 아는 색시는 남들의 숙덕숙덕에 아랑곳없이 행복하기만 했다. 전생의 업보가 다하여 결혼 100일이 지난 날 뱀신랑은 완연한 사람으로 돌아왔다. 이렇게 행복한 부부가 되자 큰언니 둘째언니는 시샘이 발동했다. 이제 완전한 사람으로 돌아온 신랑이 과거길에 나서자 막내집을 찾아갔다. 그리고 이런 저런 얘기를 하던 중 깊은 비밀 하나를 캐냈다. 앞으로 삼 년 동안 절대로 남에게 보여서는 안된다는 당부를 했던 것이다. 그러나 언니들의 꾐에 빠진 순진한 색시는 이 비밀을 언니들에게 말해버린 것이다. 막내가 밭에 나간 틈을 타서 언니 둘은 이 뱀허물을 찾아내어 불에 태워 버렸다. 어떻게 됐을까? 허물을 잃어버린 신랑은 영영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색시는 결심했다. 남편을 찾아 나선 것이다. 갖가지 고통과 시험을 거친 어느날 색시는 드디어 남편의 소재를 알아냈다. 천길 땅속 깊은 곳 지하국에 남편이 살고 있다고 하여 찾아가니 아들 딸도 여러명 있었다. 물론 변신하는 뱀이었다. 색시는 현재의 세 부인에게 자신의 처지를 설명하고 남편을 되돌려달라고 간청하였다. 그래서 색시는 남편에게 무릎을 꿇고 사죄하며 함께 돌아가자고 빌었다. 그러나 남편은 약속을 어겼기 때문에 자기도 어쩔 수 없다고 하였다. 이 때 지하국 임금이 그간의 사정을 듣고는 우선 야단을 친 다음에 어려운 시험 세가지를 통과하면 남편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게 해 주겠다고 허락했다. 색시는 호랑이 수염 뽑기 등 세 가지 어려운 관문을 가까스로 통과했다. 이리하여 다시 집으로 돌아온 뱀서방 내외는 행복한 생활을 하게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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