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민들레가 벌써 여행을 준비하고 있구나.”

하얀 색깔로 둥그런 구형을 이루고 있는 민들레 씨앗이 사랑스럽다.
투명하여 속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감출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이 당당하게 보여주는 모습이 마음을 잡는다.
씨앗들은 설레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음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어디로 갈 것인지 알지 못하니, 더욱 더 두근거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알지 못하는 미지의 세계로의 여행은 가슴 벅찬 일이지 않은가?

 

민들레 씨앗.
바라보면 볼수록 매력이 넘친다.
우선 마음을 잡는 것을 완벽한 구형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노란 색깔로 유혹하던 꽃과는 사뭇 다르다.
물론 꽃과 씨앗이 다른 것은 당연한 일이다.
대부분의 꽃들은 씨앗으로 바뀔 때에는 꽃보다 작아진다.
화려하였던 꽃일 때의 모습은 완전히 버리고서 작게 응축된다.
내일을 담고 있는 씨앗에게 화려한 겉포장은 낭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민들레 씨앗은 다르다.
그것도 완전히 다르다.

민들레꽃은 노란 색이거나 하얀 색깔이다.
노란 꽃은 그 것대로 매력으로 유혹하고 하얀 꽃은 하얀 꽃대로의 멋을 자랑하였다.
그러나 씨앗이 되었을 때에는 똑같다.
투명한 빛깔로 변신한다.
얼마나 놀라운 능력인가?
다른 꽃처럼 작아지는 것이 아니라 더욱 더 화려하게 변신하게 되니, 그 또한 경이롭다.
꽃보다 더 크게 그리고 더욱 더 화려하게 바뀌는 민들레의 능력에 감탄하게 된다.

민들레의 변신은 겉모양에 한정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먼 여행을 떠나기 위하여 모든 것은 버린다.
화려하였던 지난날들의 영광에는 조금도 미련이 없다.
모든 것을 아낌없이 버린다.

이는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욕심은 끝이 없다.

그럼에도 민들레는 날아가기 위해서 그 무엇도 남겨놓지 않는다.
그러니 민들레 씨앗은 텅 비어 있다.
모든 것을 버렸기 때문에 더 커질 수 있었고 날아갈 수 있다.

 

텅 빈 마음.
모든 것을 비워냈으니, 마음껏 날아갈 수 있다.
욕심이라는 티끌만큼도 남아 있지 않으니, 어디로든지 떠날 수 있다.
미련이 남아 있다면 그렇게 훨훨 날아오를 수 없다.
자꾸 뒤돌아보게 되고, 머뭇거리게 된다.
그러나 민들레 씨앗은 그렇지 않다.
바람에 올라타게 되면 미련 없이 미지의 세계를 향해 날아오른다.
가야할 곳에 대한 불안이나 걱정은 조금도 하지 않는다.
떠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히 즐거워한다.

떠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만족하는 민들레 씨앗에게서 많은 것을 배운다.

인생이란 무엇인가?

인생은 순간의 삶이 모여서 만들어진다.
삶이란 순간순간에 있다. 과거도 없고 미래도 없다.
순간에 충실 하는 삶이 가장 아름다운 삶이다.
미래에 기대하고 과거에 집착하게 되면 순간을 성실하게 채워갈 수 없다.
순간을 허비하게 되면 인생의 그 부분은 다시는 메울 수 없다.
그 무엇으로도 그 것을 채울 수 없다.

민들레 씨앗은 그 것을 보여주고 있다.
화려하였던 꽃이었던 때에 메어 있게 된다면 그렇게 먼 길을 떠날 수 없다.
미련이 남아 있어서 자꾸만 뒤를 돌아다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민들레 씨앗은 그렇지 않다.
꽃이었던 시절이 소중하지 않고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다.
그 때는 그 때대로의 의미와 가치가 있지만, 과거일 뿐이다.
지나간 날들에 얽매어 있으면 오늘을 성실하게 채워갈 수 없다.

좀 더 화려하고 멋진 내일을 기대하게 되어도 마찬가지다.
내일에 대한 기대로 인해 오늘을 망칠 수밖에 없다.
아직 도래하지도 않은 미래로 인해 오늘을 망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내일은 내일일 뿐이다.
다가오지도 않은 미래로 인해 오늘을 망치는 것은 지혜로운 행동이 아니다.
오늘을 알차게 채워가야 아름다운 내일도 보장될 수 있다.
오늘을 망치게 되면 내일 또한 망칠 수밖에 없다.

 

나답게 사는 것.
나다워지는 것은 간단하다.
단순하게 살아가게 되면 나답게 된다.
일부러 나답게 만들려고 애를 쓰면 쓸수록 더욱 더 나답지 못하게 된다.
거울을 바라보는 횟수가 많아지면 많을수록 더욱 더 나다둔 것에서 멀어지게 된다.
거울을 본다는 것은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한다는 것이고
남의 시선에서 자유롭게 못하게 되면 결국 그들을 닮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른 시선을 의식한다는 것은 나다운 것을 버리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의식한다는 것은 욕심이 커진다는 말이다.
욕심은 스스로 커지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기하급수적으로 확장되는 것이 바로 욕심이다.
욕심의 불길이 활활 타오르고 있다면 나다워지는 것에서 자꾸 멀어지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욕심을 버리지 않고는 나다워질 수 없다.
마음 어느 한 구석에도 남아 있지 않도록 말끔하게 비워내는 것이 바로 나다워지는 것의 지름길이다.

민들레 씨앗이 그 것을 온 몸으로 보여주고 있다.
화려하였던 시절의 욕심을 모두 더 비워냈기 때문에 텅 비어질 수 있었고,
텅 비어 있기 때문에 어디로든지 자유롭게 여행을 떠날 수 있다.
민들레 씨앗은 빈 마음이고 빈 마음은 불교에서 말하는 무심이다.
무심은 본디의 마음이고 세상을 맑고 밝고 향기롭게 만드는 근원적인 마음이다.
욕심이 없는 무심으로 살아갈 때 울림으로 공명될 수 있다.

빈 마음으로 울려지지 않으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
마음에 조금이라도 욕심이 남아 작용하고 있다면 다른 사람들도 그 것을 본다.
감춰진 욕심이니까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그 것은 오산이다.
어느 한 순간은 숨길 수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그 것을 오랫동안 감추기란 불가능하다.
욕심으로 행해진 마음에는 신선함이 없다.
활기를 찾을 수 없다.
결국 오늘을 알차게 채울 수 없게 된다.

민들레 씨앗을 바라보면서 물들지 않고 살아가는 즐거움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다.
살아가면서 순수함을 지켜가기란 어렵고도 힘든 일이다.
그러나 비우고 또 비우게 되면 얼마든지 순진무구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된다.
한번 뿐인 인생에서 물들지 않고 순수함을 지켜가면서 살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민들레 씨앗처럼 자유를 만끽하게 될 것이다.
생각만 하여도 마음이 두근거린다.
민들레 씨앗처럼 살아가고 싶다.

<Fau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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