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동석산 산행기

 

2011.12.04. 아침 06시15분 오목교에서 출발 10시50분 진도 동석산 입구 도착.

 

진도 동석산(童石山·219m)의 첫 인상은 아찔함이다.
마이산을 여러개 겹쳐 놓은듯 독특한 산세는
처음 보는 이의 눈을 놀라게 한다.
나지막한 높이지만 그 깊이와 감동이 분명 남다른 산이다.
겨울색이 완연한 12월 첫 번째 일요일 동석산을 찾았다.
  
진도 동석산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10여년 전만해도
이곳은 아무나 오를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한다.
워낙 산이 험해 사고의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안전장치 없이 바위 봉우리를 오르다 추락하는 사고가 여러번 있었다한다.
하지만 2011년 현재 동석산은 일반인도 즐길 수 있는 산행지로 변신했다.
진도군이 여러 해 동안 작업을 통해 등산로를 정비했기 때문이다.

 

동석산은 진도에서조차 그리 알려진 산이 아니었다.
진도의 산이라면 단연 첨찰산과 여귀산이 맨 앞줄에 선다.

1976년 발간된 진도 군지(郡誌)에도 동석산은 이름뿐 심지어 해발 높이조차 나와있지 않다.
아마도 그건 오랫동안 동석산이 '오를 수 없는 산'으로 남아 있었기 때문이리라.
동석산은 험준한 산세 때문에 최근까지도 '접근금지'의 아슬아슬한 공간이었다.
지금이야 오름길에 아슬아슬한 바위에 난간을 대거나 밧줄을 매고,
문고리 모양의 손잡이를 박아 접근이 가능하지만,
이전에는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고서는 그 산을 오르기란 불가능했다한다.

 

동석산 곳곳에는 종(鐘)소리가 깃들어 있다.
동석산은 그 산의 우뚝 솟은 암봉인 종성바위에
북풍이 스치면 종소리가 난다 해서
종을 짓는 구리(銅)자를 이름으로 삼았다.
신라의 승려가 중국을 다녀와서
하동 쌍계사로 탑을 세우러 가다 잠깐 이곳에 머물렀는데,
동석산 봉우리들이 일제히 종소리를 토해냈단다.
그때부터 산 아래 골짜기는 종성골이 됐다.
동쪽 직벽 아래 1000개의 종을 뜻하는 '천종(千鐘)사'가 있고,
남쪽 능선의 바위 아래에는 '종성교회'가 들어선 것도 그래서다.

 

동석산은 종성교회쪽에서도, 천종사쪽에서도 오를 수 있다.
발가락 끝이 저릿저릿할 정도의 아찔함을 맛보겠다면 종성교회를 들머리로 삼아야 한다.
그러나 밧줄에 매달려 거의 수직의 벼랑으로 오르며 칼날 같은 능선을
줄타기 곡예를 하듯 건너야 하는 이 길은 웬만해서는 말리고 싶은 코스다.
거대한 암봉을 머리에 이고 있는 천종사쪽에서 오르는 코스는 최근에 정비돼 비교적 순하다.
암봉 등반에 익숙지 않다면 이 코스를 택해야한다.
두 길은 천종사 위쪽에 펼쳐진 종모양의 암봉인 종성바위 부근에서 만나게 된다.
우리는 천종사쪽으로 오르는 길 을 택했다.

 

동석산의 매력이라면 힘줄처럼 툭툭 불거진 암봉의 짜릿함과 함께
능선에서 펼쳐지는 장쾌한 조망이다.
첫발을 내디딜 때부터 동석산과 석적막산의 능선을 따라가는 내내
어디에서든 고개만 들면 장쾌한 조망이 펼쳐진다.
시야가 어찌나 거침이 없던지 마치 비행기를 타고 내려다보는 느낌이다.
들머리의 암릉에서는 봉암저수지와 진도의 농작물 대파밭 간척지가 펼쳐지고
그 너머로 팽목항이 아스라이 내려다보인다.
 
천종사에서 올라와 닿는 중업봉은 사방으로 탁 트인 조망의 특급 명소.
남쪽으로는 물골을 끼고 있는 너른 간척지가,
동쪽으로는 남해의 푸른 바다와 점점이 떠 있는 섬이 펼쳐진다.
북쪽으로는 가야 할 능선들이 마치 물고기 등지느러미처럼 펼쳐져 있다.
우리가 가는 날은 날씨가 죙일 흐려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대기가 청명한 날이면 여기서 완도, 보길도, 구자도, 추자도, 우이도는 물론이거니와
흑산도와 제주도까지 볼 수 있단다.

 

동석산에서 석적막산을 지나면 등산로는 큰애기봉을 지나
진도의 낙조 명소인 세방낙조전망대로 내려간다.
 
종성교회에서 출발했다면 4시간30분 남짓,
천종사에서 출발하면 3시간30분쯤 걸린다.


오후 나절 산자락에 올라 낙조 무렵에 맞춰

세방낙조전망대쪽으로 내려선다면 더할 나위 없을 터다.
낙조 무렵에 석적막산에서 내려서도록 시간을 맞춘다면
진도군이 이 산길에다 '천하 제일 등산로'라는

이름이 붙인 이유를 비로소 알 수 있으리라.

 

진도에서 만나는 낙조는 다른 곳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한다.
바다로 지는 해야 서쪽에 바다를 두고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볼 수 있지만
진도 세방리의 해넘이는 유독 선혈처럼 붉고 비장하다.
이처럼 세방리의 낙조가 유독 아름다운 데는 무슨 연유가 있을 터인데,
그게 설명이 잘 안 된다.


세방리 앞에 점점이 떠 있는 양덕도, 주지도, 장도, 소장도, 당구도, 혈도 같은 섬 때문인 듯도 하지만,
그것만으로 유난히 붉고 처연한 색감을 빚어내는 이곳의 낙조를 설명할 수는 없다.
세방리의 낙조를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낙조'라고 정해 준 기상청도
그 아름다움의 이유를 설명하지는 못했다한다.

 

관광객들은 대부분 세방리의 낙조를 '세방낙조전망대'라 이름 붙여진 전망대에서 맞이하지만,
굳이 전망대를 찾아갈 것 없이 세방해안일주도로인 801번 지방도로를 따라
지산면 가치리와 가학리 해안도로 어디에서나 감상할 수 있다.
 
세방낙조는 대기가 맑아지는 9월부터 12월 말까지가 최고의 절정이다.
그러니 지금 진도를 찾아간다면 한 해 중 가장 아름다운 낙조를 볼 수 있다.

낙조라면 이글거리는 해가 선명하게 수평선으로 잠기는 모습이 으뜸이라지만,
세방리의 낙조는 해가 구름 뒤로 숨어 버린다 해도 그 맛이 조금도 덜하지 않다.
오히려 해가 넘어가는 순간보다는 해가 다 떨어지고 난 뒤에
서쪽 하늘과 구름을 갖가지 색으로 물들일 때가 더 황홀하다.
그러니 해가 넘어간 뒤에 관광객들이 서둘러 자리를 뜨더라도,
자리에 남아서 지고 남은 빛이 어떻게 사그라지는지,
해가 진 뒤에 푸른 어둠이 어떻게 찾아오는지를 오래도록 바라볼 일이다.

 

해가 질 무렵이면 진도를 찾은 관광객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세방낙조전망대로 모여드는데,
그런 번잡스러움이 싫다면 여기서 남쪽으로 3~4㎞쯤 더 내려가다가 만나는
급치산의 낙조전망대를 찾아가는 편이 낫겠다.
급치산 정상의 군부대로 향하는 오름길 옆에 만들어진 급치산전망대는
고도가 높아 다도해 경관과 함께 더 크고 장엄한 낙조를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세방낙조전망대의 높은 명성에 밀려서인지 찾는 이들이 적다.
호젓하게 낙조전망대의 난간에 기대서서 멀리 발아래 바다 위에 떠 있는 섬들과
그 섬 사이를 오가는 배들이 기울어 가는 해를 받아
온통 붉은빛으로 물들어 가는 순간을 마주하면 가슴이 절로 저릿저릿해질것이다.

 

 2011.12.5. Faust 한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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