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삶,사랑 그리고 마무리

헬렌 니어링

 

우리 두 사람이 함께

 

융은 이렇게 썻다.
"두 개성의 만남은 두 화학물질의 결합과 같다.
반응이 이루어지면 변화한다"
우리도 그와 같았다.

 

스물여섯 살이던 헬렌 니어링은 스물한 살 위인 스코트 니어링을 만나
서로 존경하는 동반자로 반세기 동안 그들만의 조화로운 삶을 살았다.
그들이 평생에 걸쳐 추구하고 실천한 삶의 철학은 적게 갖되 충만하게 살고
최대한 욕구를 줄이는 데서 진정한 자유를 찾는 것이었다.
모든 문명을 거부하고 자연이 되어 살다가 준비해 온 죽음을 맞아들인 그들의 삶은 귀한 깨달음을 준다.
스코트는 100세 생일을 앞두고 더 이상 육체가 자신의 기능을 수행하기에는 힘에 부침을 깨닫고
스스로 음식을 끊음으로써 헬렌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로운 죽음을 맞이한다.
삶에 최선을 다한 사람만이 얻을 수 있는 아름다운 최후였다.


"덜 갖고 더 많이 존재하라"는 말을 화두처럼 삼으며 살아온 두 사람.
영혼의 동반자인 스코트가 세상을 떠나자 헬렌은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평화주의자,채식주의자,사회주의자로 살다간 스코트의 생각과 삶을 한 권의 책으로 표현한다.


헬렌은 자신의 삶을 회고하며 이야기한다.
"내 삶에서 태양은 오직 하나다"
그 태양이었던 스코트와의 첫 여행을 헬렌은 이렇게 기억한다.
"우리는 채식주의에 대해 얘기했는데, 그 사람 역시 도살한 짐승의 고기를 먹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기뻣다.
그 사람은 자신이 평화주의자이고 사람,새,짐승을 죽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내가 가장 끌린 점이 바로 이 부분 이었다.
그이가 채식주의자가 아니었더라면 함께하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그 사람이 분명히 지적이고 생각이 깊으며 유머가 있고 솔직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그에 호응했다.
그 사람은 참으로 분별 있고 확고하며 균형 잡힌 훌륭한 품성을 지니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을 나는 우리의 첫 여행에서 느꼈으며 그 사람에게 끌렸다"


헬렌이 처음 스코트를 만났을 당시 그는 대학교수였다.
가르치는 일은 그에게 천직이었으며 특히 사회문제에 있어 지식인으로서 깊은 책임감을 갖고
이에 대한 견해를 제기하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그는 보수적인 사회에서는 반역적인 인물이었기에

결국 11년이나 몸담고 있던 대학에서 해임당하고
학계에서 추방당했으며,

종래엔 자신의 소신에 동의하지 않았던 가족들에게서도

떨어져 나와야 하는 아품을 겪었다.


이에 대해 스코트는 말한다.
"사람은 대중의 생활 습관,도덕 기준을 따라야 하는가 아니면 지신의 규범을 만들어 가야 하는가?
자신의 규범에 의해 살고 그것을 지키면서 그에 반대하되는 사회에 대항하여 거슬러 나아갈 것인가?
아니면 무저항의 길을 따를 것인가?
나는 나에게 닥친 일들을 불행하게 여기지 않으며 조금의 후회도 없다"


그는 사회 경제적으로는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빈자였고 어떠한 지지 기반도 없는 불우한 지식인에 불과했다.
그러나 헬렌을 만나 그의 삶은 지지를 얻을 수 있었으며 비록 대학 강단에는 서지 못했지만
그를 필요로 하는 곳이면 어디든지 가서 강연을 했다.
헬렌과 스코트는 나이 차이만큼이나 서로 다른 개성과 많은 상이점을 가지고 있었지만
삶을 통해 그 모든 것들을 훌륭히 조율해 내었다.
차이는 조화로운 관계와 삶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하고 융화되었으며 아름다운 선율을 이루었다.
서로를 존중하였고 보완하였으며 서로에게 최고의 벗이자 연인이며 인생의 동반자가 되었다.

헬렌은 이야기한다.
"나는 늘 어떤 예술도 삶과 비교할 수 없지 않느냐고 말하곤 했는데,
스코트는 예술은 그 삶에 있다고 대답했다.
스코트는 내가 일찍이 만난 이들 가운데서 가장 훌륭한 사람이며 그 이상 좋은 동반자는 없다.
내 온갖 물음에 해답을 줄 수 있는 현명한 연장자와 사는 일은 끊임없는 줄거움이었다.
나는 여러 가지 내 개인의 성질과 습관을 참을성 있게 받아 주고 이해하는 선생을 가졌다"
헬렌은 스코트의 비서 역할을 하며 가난한 뉴욕 생활을 하다가
버몬트 숲에 터를 잡고 사탕단풍농장을 일군다.
그들이 도시 생활을 청산하고 시골로 들어간 것은

세상에서 달아나려거나 사회에 관심을 덜 갖기 위함이 아니었다.
그 길은 생계를 꾸리면서도 가치 있는 일에 참여하기 위한

그들만의 생활  방식을 찾으려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그들은 땅과 그 위의 모든 존재들과 조화를 이루는 삶을 살기 바랐으며,

검소하고 스스로 만족하며 자립하는 삶을 살고져 하였다.
그것은 자신의 이마에 땀을 흘려 생계를 꾸리고 고용주나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는 삶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스스로 먹을 양식을 기르고, 살 집을 지으며, 필요한 나무를 베고,자신의 생활 수단을 제 손으로 마련하였다.
또한 필요 이상의 돈을 벌지 않고,물건을 소유하자 않으며,남는 시간에는 글을 읽고 연구하고 대화하며
악기를 연주하고 여행을 하는 등 여가 생활을 즐겼다.헬렌은 말한다.
두 사람은 언제나 일하기를 게을리하지 않았고 매우 검소하게 살았다.
그들의 삶의 과정은 무엇을 얻고 쟁취해 가는 과정이 아닌,사랑을 키우고 자신의 마음을 키워 가는 과정이었다.
헬렌은 철두철미해보이기만 하던 사회주의자 스코트를 매력적인 사람으로 변화시켰고,
스코트는 헬렌에게 올바른 삶의 기준을 보여 주었다.
서로에게 늘 무언가를 가져다주었으며 다양한 흥미 분야들을 서로 나누었고
그럼으로써 따로 떨어져 있던 관심사들이 공통의 관심사가 되었다.
끊임없는 토론과 동료애로 서로의 특유한 개성을 깊이 이해했으며 나란히 따뜻하고 충족된 삶 속으로 성장해 갔다.
지속 가능성이 불분명한 현대 물질문명의 위기 속에서 니어링 부부의 조화로운 삶이
하나의 올바른 대안을 제시 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사실이다.
그들의 아름다운 삶은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삶의 지침을 담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아름다운 삶의 중심에는 깊은 사랑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버몬트 지역이 개발 바람으로 인해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하고
두 사람은 20년 동안 뿌리박았던 버몬트를 떠나 새로운 곳으로 가기로 결심함다.
그들은  자신들이 직접 만든 돌집과 익숙한 산 구릉들,
함께해 온 20년이라는 시간의 흔적들이 묻어 있는 곳을 떠나야 한다는 것이 슬펐다.

그럼에도 헬렌은 말한다.
"사랑을 쏟을 곳은 반드시 있다.또한 어디에든 시작과 끝이 있다"
그들은 새로운 시작을 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스코트도 헬렌도 이 모든 것을 뒤로한 채 손가방을 들고 길을 떠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리하여 그들은 메인 지역으로 떠나 다시 새로운 삶의 터전을 일구며

삶을 마칠 때까지 그곳에서 조화로운 삶을 일구어 나갔다.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질문은 많이 하지만 어떻게 죽을 것인가 같은 질문은 거의 하지 않는다.
덜 갖되 충실한 삶을 택한 니어링 부부는 삶,사랑,죽음이 결국은 하나의 연속선상에 있음을 말해준다.
스코트는 스스로 의도한 목적이 있는 죽음에 대해 얘기하곤 했다.
그는 자신이 완전히 무능력해져 다른 사람들에게 짐이 될 때까지 기다리지 않으려고 했다.
요양소에서 두려움에 떨며 오랜 시간에 걸쳐 죽어 가기를 결코 바라지 않았다.

마지막 무렵 누군가가 그에게 "요즈음 무슨 생각을 하십니까" 하고 물었을 때

잠시 침묵한 뒤 스코트는 이렇게 대답했다.
"이렇게 오래 살고 많은 일을 경험하면서 운 좋게 무언가를 말할 수 있었던 것은 드문 기회였다.
우리 헬렌과 나는 반세기 동안 같이 지냈다.우리는 두 사람이 한 팀으로서 일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일해왔다.
나는 특히 사회에 관심이 있다.우리가 서구 문명이라고 부르는 특별한 사회 양식은 점점 파괴되어 가고 있다.
거기에 미래가 있는가? 미래가 있기까지 백 년은 걸릴 거라고 나는 어느 정도 권위를 가지고 말할 수 있다.
그렇게 되려면 인류가 어떤 일을 해야 할까?
지구는 어마어마한 생명체를 안고 있는 먼지 알갱이이자 전체로 하나인 의식체이다.
이 드라마에서 인류의 역할은 많든 적든 완전히 그르쳐졌다.
우리는 공을 놓치고 있다.시간을 찔끔찔끔 낭비하고 있다.
우리가 함께 뭔가 더 가치 있는 일을 다시 벌이고 완성할 수 있을까?
나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창조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
이것이 우리가 여기서 해야 할 일이다.
이런 것이 삶의 마지막 날에 이르러 내 마음을 지배하고 있는 생각이다."

아는 것만으로 끝나는 실천이 없는 삶은 무기력하고 헛된 망상에 불과하다.
그들은 자신들이 살 집을 직접 돌을 이용해 만들었으며,농사를 지어서 먹을 것을 마련했고,
많은 물건이 없어도 풍요로운 삶을 누렸다.
한낮에 쏟아지는 충만한 햇빛만으로도 그들의 영혼은 충분히 무르익었다.
그들은 그것으로 충분했다.다른 사람의 말에 귀 기울이되 거기 휩쓸리지 않았다.
젊은 시절 인도의 영적 스승 지두 크리슈나무르티의 연인이기도 했던 헬렌 니어링과
타고난 비순응주의자로서 미국의 산업주의 체제와 그 문화의 야만성에 끊임없이 도전했던 스코트 니어링이
53년 동안 함께한 '땅에 뿌리박은 삶'은 수많은 이들에게 충만한 삶에 대한 영감을 주었다.
스코트가 100세 생일을 맞던 날 이웃 사람들이 깃발을 들고 왔는데 그 깃발 하나에는 이런 글귀가 쓰여 있었다.
"스코트 니어링이 백 년 동안 살아서 이 세상이 더 좋은 곳이 되었다"

 

헬렌은 이 책을 87세에 썻다.
스코트는 세상를 떠나기 전 헬렌에게 말한다.
"당신과 함께 있어서 좋았소.당신은 매우 훌륭한 동료였소.
매우 사랑스러운,정말 만족스러운 삶이었소.
이보다 더 나을 수는 없을 거요.좋고,또 좋았소....당신과 함께 있어서 좋았소."
헬렌 또한 스코트와 마찬가지의 방법으로 생을 마감하고자 했으나 불행히도 그 바람은 실현되지 못했다.
1995년 9월 17일 교통사고로 그녀는 갑작스럽게 92세의 일기를 마친다.
조화로운 삶,진정으로 이 세상에 보탬이 되는 삶이란 어떤 것인지
온몸으로 보여 준 두 사람의 사랑은 지금도 끝나지 않았다.


법정 스님은 여러 편의 글에서<아름다운 삶,사랑 그리고 마무리>를 언급했다.
<오두막 편지>에 실린 '두 자루 촛불 아래서'는 헬렌과 스코트에게 바친 글이다.
"이 난롯가에서 몇 권의 책을 읽었는데

그중에서 헬렌 니어링이 쓴<아름다운 삶,사랑 그리고 마무리>를 감명 깊게 읽었다.
헬렌은 스코트 니어링을 만나 55년의 세월을 함께 지내면서

덜 갖고도 더 많이 존재하는 아름다운 삶을 살았다.
그들 두 사람 다 지금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니지만 그 자취는, 남아 있는 우리에게 빛을 전하고 있다.
백 살을  살면서 세상을 좋게 만들고 지극히 자연스런 죽음을 품위있게 맞이한 스코트 니어링,
그리고 그를 만나 새롭게 꽃피어 난 헬렌은 그들의 건강과 장수를 위한 생활 태도를 이렇게 말한다.
적극성,밝은 쪽으로 생각하기,깨끗한 양심,바깥일과 깊은 호흡,금연,커피와 술과 마약을 멀리함,
간소한 식사,채식주의,설탕과 소금을 멀리 함,저칼로리와 저지방,되도록 가공하지 않은 음식물.
이것들은 삶에 활력을 주고 수명을 연장시킬 것이라고 하면서 약과 의사와 병원을 멀리하라고 충고한다.

이 책에서 가장 감명 깊은 대목은 스코트가'주위 여러분에게 드리는 말씀'으로 기록한 그의 유서다.
그의 소원대로 사후를 마무리한 헬렌 또한 지혜롭고 존경스런 여성이다.
스코트가 죽음을 맞이하는 태도는 어떤 선사의 죽음보다도 깨끗하고 담백하고 산뜻하다.
스코트는 70대에 노령이 아니었고,80대는 노쇠하지 않았으며,90대는 망령이 들지 않았다.
그의 삶을 우리가 배울 수 있기를 바란다"

 

사랑하는 스코트
우리는 50년동안 사랑과 동지애 속에서 같이 살아왔습니다.
결혼 생활은 결코 그 사랑의 본질이 아닌 듯합니다.
우리는 관심과 목표와 행동이 일치하는 두 사람으로서 함께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우리는 서로를 좋아하면서 또한 함께 해 온 많은 것들을 좋아했습니다.
지적이고 훈련된 당신의 소양은 나보다 훨씬 위였고 기술은 더 뛰어났으며,
경험도 더 넓었지만 우리는 서로 만나서 당신이 나의 부족한 능력을 뛰어넘도록
이끌어 준 이해와 협력의 바탕 위에서 같이 일했습니다.
우리는 어떤 신비로운 작용으로 편등하게 되었고 하나로 우리의 삶을 살았습니다.
감사드려요,그리고 영원히 당신에게 최상의 찬사를 보냅니다.

 

스코트가 세상을 떠난 뒤,헬렌이 스코트를 생각하며 하늘의 우체통에 부친 편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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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얻기 위한 기다림...
살아가면서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첫인상이 좋은 사람...
목소리가 좋은 사람...

얼굴이 예쁘고 잘 생긴 사람...
마음이 너무나 예쁜 사람...

애교가 많은 사람...
곰 같은 사람...
다 각기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렇게 다른 느낌의 사람들이
주는 행복도 모두 다르다.
만나면 웃음이 나오게 하는 사람...
만나면 애처로와 보이는 사람...
만나면 시간이 빨리 가는 느낌의 사람...
그리고
만나면 마냥 행복한 사람...
가는게 너무나 안타깝게 만드는 사람...

이렇게 각양 각색의 사람들이 주는
공통점은 기다림이 있다는 것이다.

 
언제 누굴 어떻게 만나든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
기다림이 절대 싫지가 않는다는 사실이다.

얼마나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지는 모르지만
언젠가는 만날 수 있음에
그 기다림이 행복인 것이다.

하루가 될지,한달이 될지
일년이 될지,
아니면 영영 만나지 못할지라도
기다림이 있기에
하루 하루가 행복인 것이다.
기다림이 있는 동안은
그 누구보다 행복인 것이다.

평생을 기다리는 행복으로
만족하며 살아야 할지라도
나에게 기다림이 있어 행복한 하루다.

사랑이 있기에 기다림이 있고
그 기다림이 있기에 행복인 것을...
오늘도 나는
행복을 얻기위해 기다림을 시작한다.
- 우리들의 아름다운 삶 속에서 -
한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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