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내하는 힘을 기르자.
그림자든 자아든 서로를 돌보지 않고서는 변형을 이룰 수 없다.
다른 사람이 우리를 향해 던지는 돌이나 화살을 피하듯
그림자 투사를 비껴가야 할 필요가 있는 반면,
의식적으로 타인의 그림자를 짊어짐으로써
더 큰 선을 행하는 경우가 있다.
다음은 그림자 투사가 일어날 때 그냥 내버려두는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보여주는 사례이다.
시골의 작은 어촌에서 한 여자아이가 임신을 했다.
마을 사람들은 소녀를 볼 때마다 아기 아버지가 누구인지 캐물었고
행실 나쁜 계집이라고 손가락질 했다.
비난을 견디지 못한 소녀는 충격적인 고백을 했다.
'아기 아버지는 바로 신부님이예요!'
마을 주민들은 이 문제를 따지러 신부에게 갔다.
신부가 보인 반응은 '아! 그래요' 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몇 달이 지났다.
사람들은 신부를 배척하며 눈도 마주치려 하질 않았다.
그 때쯤 한동안 마을을 떠났던 한 청년이 돌아와
그 소녀에게 청혼을 했다.
그 때야 아기 아버지가 그 청년임이 드러났다.
임신한 소녀는 청년을 보호하기 위해 거짓을 한 것이다.
마을 주민들은 부랴부랴 신부에게 가 사과를 했다.
신부는 똑같이 '아! 그래요' 라는 반응을 보였을 뿐이었다..
이 이야기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그림자를 투사하는 동안
인내하는 힘을 보여준다.
신부는 침묵을 지킴으로써 마을 주민들의 그림자 투사에 대응했다.
상황에 저항하거나 거부하지 않는 것으로
그는 그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여지를 남겨주었다.
나중에 사람들은 후회를 했다.
왜 그렇게 쉽게 소녀를 믿었을까?
왜 우리가 신부님을 공격하는 편에 섰을까?
어떻게 하면 내면에 있는 걱정과 불편함을 대면할 수 있을까?
우리 자신의 그림자를 합리적으로 잘 다루지 못하거나
우리 자신에게 보복하려 들 때 이런 일들은 흔히 일어날 수 있다.
우리는 선물을 쉽게 주지만 선물 뒤에 숨어 있는 그림자로
모든 걸 망쳐버린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원수를 사랑하라!
이는 우리 내면의 원수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내면에 있는 원수를 사랑할 수 있다면
바깥에 있는 원수도 사랑할 수 있다.
괴테의 <파우스트> 에서
파우스트는 자신의 그림자인 메피스트펠레스를 만나게 된다.
메피스트도 파우스트만큼 악마로서의 삶을 지속하기 힘든 상태에 놓여 있었다.
이 둘의 만남에서 에너지가 고조되어 폭발 직전까지 이르나
둘은 폭발적인 에너지를 제어하며 오랫동안 대화를 나눈다.
대화는 둘 모두에게 자아와 그림자의 부활에 관한 최고의 가르침을 제공한다.
마침내 자아와 그림자가 통합된다.
<파우스트>는 자아가 부활하려면
그림자의 부활도 동시에 이루어져야 가능하다는 것을 묘사한다.
그림자는 의식으로 통합되어감에 따라 점점 더 부드러워지고 유연해진다.
파우스트는 메피스트를 만나 온전해지고
메피스트는 파우스트를 만나서 전일성을 획득한다.
서양전통에서 자아와 그림자의 통합을 묘사하는
가장 적절한 단어 중 하나는 사랑이다..
홀로 있음이 고독이 아니다.
그리움이 없는 네가 나의 고독이며
쓸쓸함이 없는 내가 너의 고독이었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서 의미를 훔치고
습관처럼 숨 쉬는게 고독이며
고독해서 사랑하고
사랑해서 익숙해진 그 편리가 고독이었다.
바람을 안고 바다에 나가 보면
황량해서 바다가 쓸쓸한 것은 아니더라
그리움이 있어서
고독한 사람이 있어서
간절한 그리움에
깊은 상심에
그 바다가 그렇게 몸부림치는 것이었더라.
그리움 없이는 바다에 서지 말며
고독없이는 길을 나서지 말자.
바다는 언제나 거기에 있고
문 밖엔 길 뿐이다.
알처럼 삼키는 소주가
끼룩 끼룩 갈매기는 될 수 없고
지척이 천리인 나그네의 고단함이
길의 끝은 아니더라
잃어버린 그리움이 있을 때
고독이 홀로 쓸쓸할 때
그리움 만큼만 고독하고
고독한 만큼 그 만큼만 사랑하자.
-메피스트 펠레스-
idiot Faust 한은섭 옮김
'좋은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해당화의 효능 (0) | 2011.09.23 |
---|---|
월,화,수,목,금,토,일 (0) | 2011.09.23 |
"겸손은 사랑보다 중요하다!" (0) | 2011.09.23 |
고개를 숙이면 부딪히는 일이 없습니다 (0) | 2011.09.23 |
적당히 채워라 (0) | 2011.09.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