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ethoven, Symphony No.5, Op.67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
Ludwig van Beethoven 1770-1827
Carlos Kleiber cond.
Wiener Philharmoniker
무슨 일이든 시작은 어렵다. 클래식 입문은 더욱 그렇다.
초보자가 긴 시간을 들여 작품에 집중하기란 그리 녹록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베토벤의 교향곡 5번 ‘운명’만은 다르다.
‘딴딴딴 따’, 클래식 문외한이라도 1악장 도입부의 이 선율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연주시간은 30여 분에 지나지 않지만 착상에서 완성까지
무려 5년이나 걸린 노작이요 역작이다.
청력이 점점 나빠지고 나폴레옹이 빈을 점령하는 등
어려운 시기에 태어난 베토벤의 교향곡 5번 ‘운명’은
인간의 의지와 환희를 담아낸 불후의 명곡이다.
“운명은 이와 같이 문을 두드린다”
로맹 롤랑이 “베토벤의 일생은 태풍이 휘몰아치는 하루와도 같았다”고 했듯이
그의 삶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최초의 큰 시련은 26세 때부터 시작된 귓병이었다.
30대 초에 거의 귀머거리가 되었다.
이 병으로 그가 얼마나 괴로워하고 절망했는지는 32세 때 가을에 쓴
저 비통한 ‘하일리겐슈타트의 유서’에 잘 나타나 있다.
그러나 베토벤은 운명에 대해 과감한 도전을 개시하고 제2의 인생을 시작하였다.
그 제2의 인생의 서두를 장식하는 작품은 교향곡 3번 ‘영웅’이지만,
꽃을 피워낸 작품은 교향곡 5번이다.
베토벤 자신은 5번보다도 3번 ‘영웅’에 더 큰 애착을 품고 있었으나,
일반 음악애호가의 인기는 초연 당시부터 5번 쪽에 쏠렸다.
그것은 3번이 너무 거대하고 어딘가 짜임새가 엉성해서 청중의 인내력을 넘어선 데 비해
5번은 비교적 간결하며 단 한 음도 버릴 데가 없는
정밀하고 견고한 구성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운명’이라는 이름은 베토벤이 한 말에서 유래되었다.
어느 날 베토벤의 제자 쉰틀러가 1악장 서두 테마의 뜻이 무엇이냐고 묻자
베토벤이 “운명은 이와 같이 문을 두드린다”라고 했다고 한다.
굳이 ‘운명’이라 일컫지 않아도 이 곡을 듣노라면 가혹한 운명과 싸워서
“그 운명의 목을 조르는”(파울 베커) 베토벤의 모습이 역력하게 떠오른다.
베토벤은 ‘영웅’을 완성한 직후인 1804년부터 ‘운명’을 작곡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다른 곡들 때문에 작업이 미루어지다가 1807~1808년경에 완성되었다.
그때 베토벤은 6번 ‘전원’의 작곡도 병행하였다.
그래서 5번이 초연되던 1808년 12월 22일, 6번의 초연도 함께 가졌다.
그런데 6번이 먼저 연주되는 바람에 5번이 6번보다 세상에 늦게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