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明心寶監 廉義篇(염의편)
 
염치(廉恥 : 결백하고 정직하며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와
의리(義理 :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바른 도리)에 관한 이야기들
 

 印觀이 賣綿於市할새 有暑調者以穀買之而還이니 有鳶이 攫其綿하야 墮印觀家어늘
 인관이 매면어시할새 유서조자이곡매지이환이니 유연이 획기면하야 타인관가어늘

 

印觀이 歸于署調曰鳶墮汝綿於吾家 故로 還汝하노라 署調曰 鳶이 攫綿與汝는 天也라
인관이 귀우서조왈연타여면어오가 고로 환녀하노라 서조왈 연이 획면여여는 천야라

 

吾何爲受리오 印觀曰 然則還汝穀하리라 署調曰 吾與汝者 市二日니 穀已屬汝矣라하고

오하위수리오 인관왈 연즉환녀곡하리라 서조왈 오여여자 시이일니 곡이속여의라하고

 

二人이 相讓이라가 幷棄於市하니 掌市官이 以聞王하야 竝賜爵하니라.
이인이 상양이라가 병기어시하니 장시관이 이문왕하야 병사작하니라.

 

 

인관(印觀)이 시장에서 솜을 파는데 서조(署調)라는 사람이 곡식으로 솜을 사 가지고 돌아갈 때
솔개가 그 솜을 채 가지고 인관의 집에 떨어뜨렸다.
인관이 서조에게 (그 솜을) 돌려보내며 말하기를, "솔개가 당신의 솜을 내 집에 떨어뜨렸으므로 당신에게 돌려줍니다."
서조가 말하기를, "솔개가 솜을 채다가 당신에게 준 것은 하늘이 한 것입니다. 내가 어찌 받을 수 있겠습니까?"
인관이 말하기를, "그렇다면 당신의 곡식을 돌려주겠소."
서조가 말하기를, "내가 당신에게 준 것이 시장이 선지 벌써 이틀이나 지났으니 곡식은 이미 당신에게 속한 것이요."
두 사람이 서로 사양하다가 솜과 곡식을 다 함께 장에 버렸다.
장을 맡아 다스리는 관원으로부터 이 사실을 들은 임금은 (두 사람에게) 나란히 벼슬을 주었다.
 
▷ 인관과 서조 : <삼국사절요>에 나오는 신라시대의 사람들 
▷ 綿 : 솜 면  ▷ 於 : ~에, ~에서  ▷ 以 : ~로써  ▷ 穀 : 곡식 곡 
▷ '~買之而還'의 '之'는 대명사(그, 그것)로 '綿'을 가리킴 
▷ 還 : 돌아갈 환, 돌아올 환  ▷ 鳶 : 솔개 연  ▷ 攫 : 붙잡을 확, 움켜쥘 확 
▷ 墮 : 떨어질 타  ▷ 歸 : 돌려보낼 귀, 반환할 귀 
▷ 于 : ①~에서, ~에, ~까지(어조사로 '於'와 통용) ②할 우, 행할 우 
▷ 汝 : 너 여  ▷ 吾 : 나 오  ▷ 於吾家 : 내집에.  於市 : 시장에 ▷ 還 : 돌아올 환, 돌려보낼 환 
▷ 與 : 줄 여  ▷ 也 : ~이다  *天也 : '하늘이다' 즉, 하늘의 뜻이다, 하늘이 한 일이다 
▷ 何爲 : 어떻게, 무엇 때문에  ▷ 然則(연즉) : 그러면, 그러하니  ▷ 者 : 것 자  ▷ 已 : 이미 이 
▷ 屬 : 붙을 속, 속할 속  ▷ 矣 : '~이다'(단정) →오로지 글의 끝에만 쓰임  ▷ 讓 : 사양할 양 
▷ 幷 : 함께 병  ▷ 棄 : 버릴 기  ▷ 掌 : 맡을 장  *掌市官 : 시장을 관리하는 벼슬 
▷ 以 : ~에서, ~로부터  ▷ 竝 : 나란히 병  ▷ 爵 : 벼슬 작
 
 
洪夔燮이 少貧甚無料니 一日早에 婢兒踊躍獻七兩錢曰此在鼎中하니 米可數石이요
       홍기섭이 소빈심무료니 일일조에 비아용약헌칠량전왈차재정중하니 미가수석이요       

 

柴可數태 天賜다 公이 驚曰是何金고 卽書失金人推去等字하야 付之門楣而待 俄而姓劉者
시가수태 천사다 공이 경왈시하금고 즉서실금인추저등자하야 부지문미이지 아이성유자

 

來問書意어늘 公이 悉言之한대 劉曰理無失金於人之鼎內하니 果天賜也라합取之닛고
래문서의어늘 공이 실언지한대 유왈이무실금어인지정내하니 과천사야라합취지닛고 

 

公曰非吾物에 何오 劉俯伏曰小的이 昨夜에 爲 절鼎來 還燐家勢蕭條而施之
공왈비오물에 하오 유부복왈소적이 작야에 위 절정래 환인가세소조이시지

 

今感公之廉价하고 良心自發야 誓不更盜하고 願欲常侍하나니 勿慮取之하소서
           금감공지염개하고 양심자발야 서불갱도하고 원욕산시하나니 물려취지하소서           

 

公이 卽還金曰汝之爲良則善矣나 金不可取고 終不受라 後에 公이 爲判書하고 其子在龍이
공이 즉환금왈여지위양즉선의나 금불가취고 종불수라 후에 공이 위판서하고 기자재룡이

 

爲憲宗國舅하며 劉亦見信하야 信家大昌하니라.
 위헌종국구하며 유역견신하야 신가대창하니라. 
 


홍기섭(洪耆燮)은 젊었을 때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매우 가난하였다.
하루는 아침에 어린 계집종이 기쁜 듯이 뛰어와서 돈 일곱 냥을 바치며 말하기를, "이것이 솥 안에 있었습니다.
이만하면 쌀이 몇 섬이요, 나무가 몇 짐입니다. 참으로 하늘이 주신 것입니다. 하늘이 주신 것이죠."
공이 놀래서 말하기를, "이것이 어찌된 돈인가?"하고,

돈 잃어버린 사람은 와서 찾아가라는 등의 글을 써서 대문 위에 붙였다.
얼마 후 성이 유(劉)라는 사람이 찾아와 글 뜻을 묻자, 공은 자세히 그 내용을 말해주었다.
유가 말하기를, "남의 솥 안에다 돈을 잃어버릴 사람이 있을 리가 없습니다.
참말로 하늘이 주신 것인데 왜 취하지 않으시는 것입니까."
공이 말하기를, "나의 물건이 아닌데 어찌 가질 것이요."
유가 꿇어 엎드리며 말했다.
"소인이 어젯밤 솥을 훔치러 왔다가 도리어 가세(家勢)가 너무 쓸쓸한 것을 불쌍히 여겨 이것을 놓고 돌아갔습니다.
지금 공의 고결하며 탐심이 없고 마음이 깨끗함을 보고 감복되어

양심이 저절로 일어나 도둑질을 아니할 것을 맹세하옵고,
앞으로는 늘 옆에 모시기를 원하오니 걱정 마시고 그 돈을 취하기를 바랍니다."
공이 바로 돈을 돌려주며 말하기를,

"당신이 선량한 사람이 된 것은 참 좋으나 이 돈은 가질 수 없소."하고 끝끝내 받지 않았다.
훗날 공은 판서가 되고 그의 아들 재룡(在龍)이 헌종(憲宗)의 국구(國舅 : 임금의 장인)가 되었으며,
유가도 또한 신임을 얻어서 몸과 집안이 크게 번창하였다.
 
▷ 홍기섭 : 조선 후기의 문신으로 형조판서와 예조판서를 역임하였다.
▷ 少 : 어릴 소  ▷ 甚 : 심할 심  ▷ 料 : 헤아릴 료  ▷ 婢 : 계집종 비 
▷ 踊 : 뛸 용  躍 : 뛸 약  *踊躍(용약) : 기쁘거나 좋아서 뜀  ▷ 獻 : 바칠 헌  ▷ 此 : 이 차 
▷ 鼎 : 솥 정  ▷ 數 : 몇 수  ▷ 石 : 섬 석 *한 섬은 열 말  ▷ 柴 : 섶 시, 땔나무 시 
▷ 馱 : 짐 실을 태, 짐 태  ▷ 賜 : 줄 사  ▷ 是 : 이 시, 이것 시  ▷ 卽 : 곧, 바로, 즉시  ▷ 書 : 쓸 서 
▷ 推去(추거) : 찾아서 가져 감  ▷ 付 : 붙일 부  ▷ 楣 : 문미(門楣) 미, 처마 미  ▷ 而 : ~하고, ~하여 
▷ 待 : 기다릴 대  ▷ 俄 : 갑자기 아, 잠깐 아  *俄而 : 얼마후, 잠시후  ▷ 悉 : 모두 실, 다 실 
▷ 於 : ~에  '於人之鼎內' : 다른 사람의 솥 안에  ▷ 果 : 과연 과  ▷  : 어찌 아니할 합 
▷ 俯 : 구부릴 부  *俯伏 : 고개를 숙이고 엎드림  ▷ 小的 = 小人  ▷ 昨 : 어제 작  ▷ 竊 : 훔칠 절, 도둑 절 
▷ '爲竊鼎來'의 '爲'는 할 위, '公爲判書'의 '爲'는 될 위 
▷ 還 : 도리어, 오히려(부사)  *'公卽還金曰'의 '還'은 돌려보낼 환 
▷ 憐 : 불쌍히 여길 련  ▷ 蕭 : 쓸쓸할 소  *蕭條(소조) : 호젓하고 쓸쓸함 
▷ 施 : 베풀 시, 줄 시  *'施之'의 '之'는 그, 그것(대명사)의 뜻으로 돈을 말함 
▷ 廉 : 청렴할 렴  ▷ 价 : 착할 개  ▷ 誓 : 맹세할 서  ▷ 更 : 다시 갱  ▷ 常 : 항상 상  ▷ 侍 : 모실 시 
▷ 勿 : 말 물(금지)  ▷ 慮 : 걱정할 려, 근심할 려, 생각할 려  ▷ 則(즉) : ~하면  ▷ 判書(판서) : 현재의 장관격 
▷ 헌종 : 조선 제24대왕  ▷ 舅 : 시아비 구, 장인 구 
▷ 見 : 피동형으로 만들어 '~하게 되다, ~에게 ~당하다(받다)'의 뜻  *見信 : 신임을 받다  ▷ 昌 : 창성할 창
 
 
 
高句麗平原王之女 幼時에 好啼니 王이 戱曰以汝로 將歸愚溫達하리라

고구려평원왕지녀 유시에 호제니 왕이 희왈이여로 장귀우온달하리라

 

及長에 欲下嫁于上部高氏한대 女以王不可食言로 固辭하고 終爲溫達之妻하다 
       급장에 욕하가우상부고씨한대 여이왕불가식언로 고사하고 종위온달지처하다        

 

盖溫達이 家貧하야 行乞養母러니 時人이 目爲愚溫達也라

개온달이 가빈하야 행걸양모러니 시인이 목위우온달야라

 

一日은 溫達이 自山中으로 負楡皮而來하니 王女訪見曰吾乃子之匹也하고
     
일일은 온달이 자산중으로 부유피이래하니 왕녀방견왈오내자지필야하고      

 

乃賣首飾而買田宅器物하야 頗富하고 多養馬以資 溫達하야 終爲顯榮하니라.
내매수식이매전택기물하야 파부하고 다양마이자 온달하야 종위현영하니라.


고구려 평원왕의 딸이 어렸을 때 울기를 좋아하니 왕이 놀리며 말하기를, "너를 장차 바보 온달에게 시집보내겠다."

(딸이) 자라서 상부 고씨에게 시집을 보내려고 하니
딸이 임금은 식언(食言,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 하고 굳이 사양하고 마침내 온달의 아내가 되었다.
대개 온달은 집이 가난하여 빌어다가 어머니를 봉양하니 그때 사람들이 이를 보고 바보 온달이라고 하였다.
하루는 온달이 산 속으로부터 느티나무 껍질을 짊어지고 돌아오니 임금의 딸이 찾아와 보고 말하기를,
"나는 바로 그대의 아내입니다."하고 비녀 등 장식품을 팔아 밭과 집과 살림살이를 사서 매우 부유해지고,
말을 많이 길러 온달을 도와 마침내 영달하고 이름이 빛나게 되었다.
 
▷ 온달 : 고구려의 장군으로 신라와의 아차산성(서울 광나루 아차산)전투에서 전사. 
▷ 幼 : 어릴 유  ▷ 啼 : 울 제  ▷ 戱 : 희롱할 희  ▷ 以 : ~을(목적격 조사)  *以汝 : 너를 
▷ 將 : 장차 장  ▷ 歸 : 시집갈 귀, 시집보낼 귀  ▷ 及 : 미칠 급, 이를 급 
▷ 嫁: 시집갈 가  *下嫁(하가) : 공주가 신하의 집안으로 시집감을 이르는 말 
▷ 于 : ~에  ▷ 以王 : 임금으로서  ▷ 食言(식언) : 약속한 말을 지키지 아니함 
▷ 固 : 굳을 고, 한결같을 고  ▷ 辭 : 사양할 사  *固辭 : 굳이 사양함  ▷ 終 : 마침내, 끝내 
▷ 爲 : 될 위, 할 위  ▷ 蓋 : 대개 개  ▷ 乞 : 빌 걸  ▷ 目 : 눈여겨 볼 목, 주의하여 볼 목 
▷ 自 : ~로부터  ▷ 楡 : 느릅나무 유  *느티나무는 느릅나무과에 속함  ▷ 乃 : 곧 내, 이에 내 
▷ 匹 : 짝 필  ▷ 飾 : 꾸밀 식, 치장할 식  ▷ 而 : ~하여  ▷ 宅 : 집 택 
▷ 器物 = 器皿(기명) : 살림살이에 쓰는 온갖 그릇  *皿 : 그릇 명  ▷ 頗 : 자못, 매우, 몹시 
▷ 資 : 도울 자  ▷ 顯 : 영달할 현, 나타날 현  ▷ 榮 : 영화 영
 
韓銀燮(한은섭 옮김)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