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주서-여오(旅獒)


▣ 여오(旅獒)


『西旅貢獒어늘 召公이 以爲非所當受라하여 作書以戒武王하니 亦訓體也라 因以旅獒名篇하니 今文無, 古文有하니라』

 

『 서려(西旅)에서 큰 개를 바치자, 소공(召公)이 받아서는 안 된다고 하여 이 글을 지어 무왕(武王)을 경계하였으니, 또한 훈체(訓體)이다.

인하여 여오(旅獒)라고 편명(篇名)을 하였으니, 금문(今文)에는 없고 고문(古文)에는 있다.』

 


▣ 제1장(第一章)


『 상(商)나라를 이기니 마침내 구이(九夷)•팔만(八蠻)에 길을 통하였다.
서려(西旅)에서 큰 개를 공물(貢物)로 바치자, 태보(太保)가 마침내 〈여오(旅獒)〉를 지어서 왕(王)을 경계하였다.』

『 구이(九夷)•팔만(八蠻)은 많음을 칭한 것이다.
〈직방(職方)〉에 사이(四夷)•팔만(八蠻)이라 하였고,
《이아(爾雅)》에 구이(九夷)•팔만(八蠻)이라 하였으니, 이는 단지 그 하나가 아닐 뿐임을 말한 것이다.
무왕(武王)이 상(商)나라를 이긴 뒤에 위엄과 덕(德)이 널리 입혀져 구주(九州)의 밖에 있는 만이(蠻夷)와 융적(戎狄)이

산에 사다리를 놓고 바다를 항해하여 오지 않는 이가 없었다.

길을 통했다고 말한 것은 만이(蠻夷)가 와서 왕(王)으로 삼으면 도로가 스스로 통한 것이니,

무왕(武王)이 사이(四夷)를 개척하여 경토(境土)를 키우려는 데 뜻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서려(西旅)는 서방(西方)의 만이(蠻夷)의 나라 이름이다. 개가 키가 4척(尺)인 것을 오(獒)라 한다.

《설문(說文)》에 “개가 사람의 마음을 알아 부릴 만한 것이다.” 하였으며,

《공양전(公羊傳)》에 “진(晉)나라 영공(靈公)이 조순(趙盾)을 죽이고자 하므로 조순(趙盾)이 뜰을 건너뛰어 도망하자

영공(靈公)이 오(獒)를 불러 부탁하니, 오(獒) 또한 뜰을 건너뛰어 따라갔다.” 하였으니,

그렇다면 오(獒)는 사람의 뜻을 잘 알아서 사납고 사람을 잘 잡는 것이니, 보통 개와 다르고, 단지 그 높고 클 뿐만이 아닌 것이다.

태보(太保)는 소공(召公) 석(奭)이니, 《사기(史記)》에 “주(周)나라와 동성(同姓)인 희씨(姬氏)이다.” 하였다.

이는 〈여오(旅獒)〉의 본래 서(序)이다.』

 


▣ 제2장(第二章)


『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아! 명왕(明王)이 덕(德)을 삼가시면 사이(四夷)가 모두 손님이 되어 원근(遠近)에 관계없이 모두 지방에서 나오는 물건을 바치는데,
의복과 음식과 그릇과 사용하는 물건뿐이었습니다.』

『 덕(德)을 삼감은 이 한 편의 강령(綱領)이다.
방물(方物)은 방토(方土)『[지방(地方)]』에서 나오는 바의 물건이다.
명왕(明王)이 덕(德)을 삼가면 사이(四夷)가 모두 손님이 되어 공헌(貢獻)하는 물건이 오직 의복과 음식과 그릇과 사용하는 물건뿐이었으니,

는 다른 물건이 없음을 말한 것이다.』

 

 

▣ 제3장(第三章)


『 왕(王)이 덕(德)으로 이룬 것을 이성(異姓)의 나라에 보여주시어 그 일을 폐함이 없게 하시며,
보옥(寶玉)을 백숙(伯叔)『[동성(同姓)]』의 나라에 나눠 주시어 친함을 펴게 하시면 사람들이 물건을 가볍게 여기지 아니하여

그 물건을 덕(德)으로 생각할 것입니다.』

『 소(昭)는 보여줌이다.
덕(德)으로 이루었다는 것은 상문(上文)에 바친 바의 방물(方物)이다.
방물(方物)을 이성(異姓)의 제후(諸侯)들에게 보여주어 그 직책(職責)을 폐함이 없게 하고,
보옥(寶玉)을 동성(同姓)의 제후(諸侯)들에게 나눠주어 그 친함을 더욱 후하게 하니,
진(陳)나라에는 숙신씨(肅愼氏)의 화살을 나누어주고 노(魯)나라에는 하후씨(夏后氏)의 황옥(璜玉)을 나누어준 것과 같은 따위이다.
왕자(王者)는 덕(德)으로 이룬 방물(方物)을 제후(諸侯)들에게 나누어준다.
이 때문에 제후(諸侯) 또한 감히 그 물건을 가볍게 여기지 아니하여 그 물건을 덕(德)으로 여기는 것이다.』

 

 

▣ 제4장(第四章)


『 덕(德)이 성(盛)하면 압모(狎侮)『[하찮게 여기고 업신여김]』하지 않나니,
군자(君子)를 압모(狎侮)하면 사람의 마음을 다하게 할 수 없고, 소인(小人)을 압모(狎侮)하면 그 힘을 다하게 할 수 없을 것입니다.』

『 덕(德)이 성(盛)하면 동용(動容)과 주선(周旋)이 모두 예(禮)에 맞은 뒤에 압모(狎侮)하는 마음이 없을 수 있으니,
덕(德)을 삼감을 지극히 하지 않을 수 없음을 말한 것이다.
덕(德)이 지극하지 못하면 압모(狎侮)하는 마음이 있음을 면치 못한다. 군자(君子)를 압모(狎侮)하면 얼굴빛을 보고 떠날 것이니,
저가 반드시 고상하게 행하고 멀리 인퇴(引退)하여 망망연(望望然)히 떠날 것이니, 어찌 그 마음을 다하게 할 수 있겠는가.
소인(小人)을 압모(狎侮)하면 비록 미천해서 위엄을 두려워하여 부리기가 쉬우나 지극히 어리석으면서도 신명(神明)하니,
어찌 그 힘을 다하게 할 수 있겠는가.』

 

 

▣ 제5장(第五章)


『 귀와 눈에 사역(使役)당하지 말아 온갖 법도를 바르게 하소서.』

『 정(貞)은 바름이다. 귀와 눈의 좋아하는 바에 사역(使役)당하지 말아서 온갖 행위의 법도를 오직 바르게 할 뿐이다.』

 


▣ 제6장(第六章)
 

『 사람을 하찮게 여기면 덕(德)을 잃고 물건을 구경하면 뜻을 잃을 것입니다.』

『 완인(玩人)은 곧 상문(上文)에 군자를 압모(狎侮)하는 일이며, 완물(玩物)은 곧 상문(上文)에 이목(耳目)에 사역(使役)당하지 않는 일이다.

덕(德)은 자기가 얻은 것이요, 지(志)는 마음이 가는 곳이다.』


 

▣ 제7장(第七章)


『 뜻을 도(道)로써 편안하게 하시며, 말을 도(道)로써 대하소서.』

『 도(道)는 마땅히 행해야 할 이치이다.
자기의 뜻을 도(道)로써 편안하게 하면 망령되이 발함에 이르지 않고, 남의 말을 도(道)로써 대하면 망령되이 받음에 이르지 않는다.
중심(中心)에 보존함은 밖에 응하는 것이요, 밖에 제재(制裁)함은 중심(中心)을 기르는 것이니,

이는 옛날 성현(聖賢)이 서로 전수(傳受)한 심법(心法)이다.』

 


▣ 제8장(第八章)


『 무익(無益)한 일을 하여 유익(有益)한 일을 해치지 않으면 공(功)이 이에 이루어지며,
이상한 물건을 귀히 여기고 사용하는 물건을 천히 여기지 않으면 백성들이 이에 풍족하며,
개와 말을 토성(土性)『[그 지방에서 생산된 것]』이 아니거든 기르지 말며, 진기한 새와 짐승을 나라에 기르지 마소서.
먼 지방의 물건을 보배로 여기지 않으면 멀리 있는 사람이 오고, 보배로 여김이 오직 현자(賢者)이면 가까운 사람이 편안할 것입니다.』

『 공씨(孔氏)가 말하기를 “놀고 유람함이 무익(無益)함이 되고, 기이하고 교묘한 것이 이물(異物)이 된다.” 하였다.
소씨(蘇氏)는 말하기를 “주(周)나라 목왕(穆王)이 흰 이리와 흰 사슴을 얻자, 황복(荒服)의 제후가 인하여 오지 않았다." 하였다.』

『 이 장(章)은 모두 세 절(節)인데 보배로 여김이 현자(賢者)라 한데 이르면 더욱 간절하고 지극하다.』

 


▣ 제9장(第九章)


『 아! 이른 새벽부터 밤늦도록 만에 하나라도 부지런하지 않음이 없게 하소서.
작은 행실에 긍지(矜持)하지 않으면 마침내 큰 덕(德)에 누를 끼쳐 아홉 길의 산을 만드는데 공(功)이 한 삼태기 때문에 무너질 것입니다.』

『 혹(或)은 만일(萬一)이란 말과 같다. 여씨(呂氏)가 말하기를 “이는 곧 덕(德)을 삼가는 공부이다.” 하였다.
혹(或)이라는 한 글자가 가장 의미가 있으니, 한 번이라도 잠시 멈추고 쉬면 덕(德)을 삼가는 것이 아니다. 긍(矜)은 긍지(矜持)의 긍(矜)이다.

8척(尺)을 인(칅)이라 한다. 작은 행실과 한 삼태기는 오(獒)를 받음을 가리켜 말한 것이다.』

 

 
▣ 제10장(第十章)


『 진실로 이를 행하시면 생민(生民)들이 거처할 곳을 보전하여 대대로 왕(王)노릇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 진실로 이를 행하면 생민(生民)들이 거처할 곳을 보전하여 왕업(王業)을 영원히 할 수 있을 것이다.
인주(人主)의 한 몸은 진실로 만화(萬化)의 근원이니, 만일 이치에 털끝만큼이라도 다하지 못함이 있으면

곧 생민(生民)들에게 무궁한 해를 끼쳐서 왕업(王業)을 창건(創建)하고 전통을 드리워 계승할 수 있는 방도가 아니다.

무왕(武王)의 성(聖)으로도 소공(召公)의 경계함이 이와 같았으니, 후세의 인군(人君)이 깊이 생각하고 더 생각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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