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 - 상서 - 태갑 하(太甲下)


 

▣ 태갑 하(太甲下)


 

▣ 제1장(第一章)


『 이윤(伊尹)이 다시 왕(王)에게 다음과 같이 고하였다.
“아! 하늘은 친히 하는 사람이 없어 능히 공경하는 자를 친하시며, 백성들은 항상 그리워하는 사람이 없어 인(仁)이 있는 이를 그리워하며,
귀신(鬼神)은 항상 흠향함이 없어 능히 정성스러운 자에게 흠향하니, 천위(天位)『[천자(天子)의 지위]』가 어렵습니다.』

『 신고(申誥)는 거듭 고하는 것이다. 하늘의 친한 바와 백성의 그리워하는 바와 귀신(鬼神)의 흠향하는 바가 모두 일정하지 않다.
오직 능히 공경하고, 인(仁)이 있고, 능히 정성스러운 뒤에야 하늘이 친하고 백성이 그리워하고 귀신(鬼神)이 흠향하는 것이다.
경(敬)•인(仁)•성(誠)은 각기 주장하는 바를 따라 말한 것이다.
하늘에 경(敬)이라 한 것은 하늘은 이치가 있는 곳이니, 동정(動靜)과 어묵(語默)에 조금도 태만함이 없는 것이요,
백성에 인(仁)이라 한 것은 백성은 원후(元后)가 아니면 누구를 떠받들겠는가.
환과고독(鰥寡孤獨)은 모두 인군(人君)이 마땅히 구휼해야 할 자들이다.
귀신(鬼神)에 성(誠)이라 한 것은 정성스럽지 못하면 사물(事物)이 없으니, 정성이 여기에 선 뒤에 신(神)이 저기에 이르는 것이다.
세 가지를 마땅히 극진히 하여야 함이 이와 같으니, 인군(人君)이 천자(天子)의 지위에 거하여 쉽게 할 수 있겠는가.
나누어 말하면 세 가지이고, 합하여 말하면 일덕(一德)일 뿐이다.
태갑(太甲)이 개과천선(改過遷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윤(伊尹)이 이 말을 고하였으니,

그 재질이 진실로 보통사람보다 크게 뛰어남이 있을 것이다.』

 


▣ 제2장(第二章)


『 덕(德)이 있으면 다스려지고 덕(德)이 없으면 어지러워집니다.
다스린 자와 더불어 도를 함께 하면 흥하지 않음이 없고, 어지러운 자와 더불어 일을 함께 하면 망하지 않음이 없으니,
시종(始終) 그 더붊을 삼가는 것은 오직 밝음을 밝히는 군주(君主)입니다.』

『 덕(德)은 경(敬)•인(仁)•성(誠)을 합한 명칭이다.
이 덕(德)이 있으면 다스려지고 이 덕(德)이 없으면 어지러워지니, 다스림은 진실로 고인(古人) 중에 행한 자가 있고,
혼란함 또한 고인(古人) 중에 행한 자가 있다.
옛날의 다스린 자와 더불어 도를 함께 하면 흥하지 않음이 없고, 옛날의 혼란한 자와 더불어 일을 함께 하면 망하지 않음이 없다.
다스림에 도(道)라고 한 것은 다스림은 때에 따라 마땅하게 하여 혹 덜기도 하고 혹 더하기도 하여 일이 반드시 같지는 않으나
도(道)는 같기 때문이요, 혼란함에 일이라고 한 것은 나라를 망하고 집안을 잃는 것이
재화(財貨)와 여색(女色), 유람(遊覽)과 사냥, 위엄을 일으키고 살륙(殺戮)하는 등의 일에 불과하니,
일이 같으면 도(道)도 같지 않음이 없기 때문이다.
치란(治亂)의 구분이 다만 더부는 바의 여하에 달려 있으니,
처음에 다스리는 자와 더불면 진실로 흥할 수 있으나 종말에 혼란한 자와 더불면 망함이 또한 이르니,
그 더부는 바를 삼가서 시종여일(始終如一)하게 함은 오직 밝음을 밝히는 군주(君主)가 그러한 것이다.
상편(上篇)에는 유명후(惟明后)라고 말하고, 이 편에서는 유명명후(惟明明后)라고 말하였으니,
이미 밝은 것을 밝혀서 전자(前者)보다 더 나아가는 것이다.』

 

 

▣ 제3장(第三章)


『 선왕(先王)이 때로 힘써 덕(德)을 공경하여 능히 상제(上帝)에 짝하셨으니,
금왕(今王)께서 훌륭한 전통을 이어 소유하셨으니, 부디 이것을 살펴보셔야 할 것입니다.』

『 경(敬)은 곧 극경유친(克敬惟親)의 경(敬)이니, 그 하나를 들어 두 가지『[인(仁)•성(誠)]』를 포함한 것이다.
성탕(成湯)이 덕(德)을 힘써 공경하여 그 덕(德)이 하늘과 합하였으므로 능히 상제(上帝)에 짝하셨으니,
금왕(今王)이 훌륭한 전통을 이어 소유하셨으니, 행여 이것을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 제4장(第四章)


『 높은 곳에 오름은 반드시 아래로부터 시작함과 같으며, 먼 곳에 오름은 반드시 가까운 곳에서 시작함과 같습니다.』

『 이는 덕(德)에 나아가는 순서를 고한 것이다.
《중용(中庸)》에 군자(君子)의 도를 논할 때에도 또한 ‘비유하면 먼 곳을 갈 때에는 반드시 가까운 곳으로부터 시작하는 것과 같고,
높은 곳에 오를 때에는 반드시 낮은 곳으로부터 시작하는 것과 같다’고 하였으니,
덕(德)에 나아가고 업(業)을 닦는 비유가 이와 같이 간절한 것이 있지 않다.』

『 여씨(呂氏)가 말하였다. “여기부터는 바로 이윤(伊尹)이 하나를 그어서 태갑(太甲)에게 고한 것이다.”』

 


▣ 제5장(第五章)


『 백성의 일을 경홀(輕忽)히 여기지 마시어 어렵게 여길 것을 생각하시며, 지위를 편안히 여기지 마시어 위태롭게 여길 것을 생각하소서.』

『 무(無)는 무(毋)와 통한다.
백성의 일을 경홀(輕忽)히 여기지 말아서 그 어려움을 생각하고, 군주(君主)의 지위를 편안히 여기지 말아서 그 위태로움을 생각하여야 한다.』

 


▣ 제6장(第六章)


『 종말(終末)을 삼가되 시초(始初)에 하소서.』

『 인정(人情)이 누구인들 잘 마치고자 하지 않겠는가마는 다만 욕심을 따름에 편안하여 생각하기를
‘금일(今日)에 우선 이와 같이 하고 후일(後日)에 진실로 고치겠다’고 한다.
그러나 시초(始初)에 잘하지 못하고서 종말(終末)을 잘하는 자는 적다.
동궁(桐宮)의 일은 이미 지나갔거니와 지금은 정사(政事)에 나아가 백성을 임하니, 이것은 또한 일의 한 시초인 것이다.』

 


▣ 제7장(第七章)

 

『 말이 당신의 마음에 거슬리거든 반드시 도(道)에서 찾으시며, 말이 당신의 뜻에 공손하거든 반드시 도가 아닌 것에서 찾으소서.』

『 정직한 말은 사람들이 받아들이기 어렵고, 공손한 말은 사람들이 따르기 쉬우니, 받아들이기 어려운 말에는 반드시 도(道)에서 찾을 것이요,
대번에 마음에 거슬린다 하여 거절하지 말며, 따르기 쉬운 말에는 반드시 도(道)가 아닌 것에서 찾을 것이요,
대번에 뜻에 공손하다 하여 듣지 말아야 한다. 이상의 다섯 가지 일은 태갑(太甲)으로 하여금 정(情)의 편벽됨을 바로잡게 하고자 한 것이다.』

 


▣ 제8장(第八章)


『 아! 생각하지 않으면 어찌 얻으며 행하지 않으면 어찌 이루겠습니까.
한 사람『[군주(君主)]』이 크게 선(善)하면 만방(萬邦)이 바르게 될 것입니다.』

『 호(胡)는 어찌이다. 불려하득(弗慮何得)은 삼가 생각하게 하고자 한 것이요, 불위하성(弗爲何成)은 독실히 행하게 하고자 한 것이다.
원(元)은 큼이요, 양(良)은 선(善)이요, 정(貞)은 바름이다.
일인(一人)은 만방(萬邦)의 의표(儀表)이니, 일인(一人)이 크게 선(善)하면 만방(萬邦)이 바르게 되는 것이다.』

 


▣ 제9장(第九章)


『 군주(君主)는 말 잘하는 말로 옛 정사(政事)를 어지럽히지 말며,
신하(臣下)는 총리(寵利)로 성공에 거하지 말아야 나라가 길이 아름다움에 진실할 것입니다.”』

『 생각하지 않고 행하지 아니하여 방종하고 해이함에 편안하면 선왕(先王)의 법(法)이 폐해지고,
능히 생각하고 능히 행하여 총명을 일으키면 선왕(先王)의 법(法)이 어지럽혀지니, 어지럽히는 폐해가 폐함보다 심하다.
성공(成功)은 총리(寵利)로 거할 바가 아니니, 이때에 이르러 태갑(太甲)의 덕(德)이 이미 진전되었기에

이윤(伊尹)이 물러가 쉬려는 뜻이 있었으니,
이는 〈함유일덕(咸有一德)〉을 뒤이어 짓게 된 이유이다. 군신(君臣)이 각각 도리를 다한다면 나라가 길이 아름다움에 진실할 것이다.』

『 ○ 오씨(吳氏)가 말하였다. “상편(上篇)에 사왕(嗣王)이 아형(阿衡)에게 순하지 못하였다고 말하였으니,
반드시 그의 말이 이윤(伊尹)과 위배됨이 있었을 것이니, 말 잘하는 말로 정사(政事)를 어지럽힘은 혹 태갑(太甲)의 잘못이 여기에 있는 듯하다.
‘총리(寵利)로 성공(成功)에 거하지 말아야 한다.’ 하였으니, 자신의 자처한 바가 이미 본래 정해진 것이니,
아랫말이 이미 범연(泛然)한 말이 아니라면 윗말은 반드시 이유가 있어서 말한 것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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