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 - 상서 - 서백감려(西伯戡黎)


▣ 서백감려(西伯戡黎)


『西伯은 文王也니 名昌이요 姓姬氏라 戡은 勝也라 黎는 國名이니 在上黨壺關之地하니라
按史記컨대 文王이 脫羑里之囚하여 獻洛西之地하니 紂賜弓矢鈇鉞하여 使得專征伐하고 爲西伯하니라
文王이 旣受命에 黎爲不道한대 於是에 擧兵하여 伐而勝之하시니 祖伊知周德日盛하여 旣已戡黎어늘 紂惡不悛하니 勢必及殷이라
故로 恐懼하여 奔告于王하여 庶幾王之改之也라 史錄其言하여 以爲此篇하니 誥體也라 今文古文皆有하니라』

『○ 或曰 西伯은 武王也라

『史記에 嘗載紂使膠鬲觀兵한대 膠鬲이 問之曰 西伯이 曷爲而來주:사기상재』오하니 則武王이 亦繼文王하여 爲西伯矣라』


『 서백(西伯)은 문왕(文王)이니, 이름은 창(昌)이고 성(姓)은 희씨(姬氏)이다. 감(戡)은 이김이다.
여(黎)는 나라 이름이니, 상당(上黨) 호관(壺關)의 땅에 있었다.
《사기(史記)》를 살펴보면 “문왕(文王)이 유리(羑里)의 갇힘에서 풀려나 낙서(洛西)의 땅을 바치니,
주(紂)가 궁시(弓矢)와 부월(鈇鉞)을 하사(下賜)하여 마음대로 정벌할 수 있게 하고 서백(西伯)을 삼았다.” 하였다.
문왕(文王)이 이미 왕명(王命)을 받음에 여(黎)가 불도(不道)한 짓을 하므로 이에 군사를 들어 정벌(征伐)하여 이기니,
조이(祖伊)는 주(周)나라의 덕(德)이 날로 성하여 이미 여(黎)나라를 이겼는데 주왕(紂王)이 악(惡)을 고치지 않으니,
형세가 반드시 은(殷)나라에 미칠 줄을 알았다. 그러므로 공구(恐懼)하여 왕(王)에게 달려가 아뢰어 왕(王)이 고치기를 바란 것이다.
사관(史官)이 그 말을 기록하여 이 편(篇)을 만들었으니, 고체(誥體)이다. 금문(今文)과 고문(古文)에 모두 있다.』

『 ○ 혹자는 말하기를 “서백(西伯)은 무왕(武王)이다.
《사기(史記)》에 일찍이 ‘주왕(紂王)이 교격(膠鬲)으로 하여금 주(周)나라 군대를 관찰하게 하니,
교격(膠鬲)이 「서백(西伯)이 어찌하여 왔는가?」 하고 물었다.’라고 기재하였다.
그렇다면 무왕(武王) 또한 문왕(文王)을 이어서 서백(西伯)이 된 것이다.” 하였다.』

 

 

▣ 제1장(第一章)


『 서백(西伯)이 여(黎)나라를 이기자, 조이(祖伊)가 두려워하여 왕(王)에게 달려가 아뢰었다.』

『 하문(下文)에는 여(黎)나라를 이긴 일을 언급한 것이 없는데,
사관(史官)이 특별히 이것을 편(篇) 머리에 표제(標題)하여 조이(祖伊)가 왕(王)에게 아뢴 연유를 나타낸 것이다.
조(祖)는 성(姓)이고 이(伊)는 이름이니, 조기(祖己)의 후손이다.
분고(奔告)는 자기 읍(邑)으로부터 달려와서 주왕(紂王)에게 고한 것이다.』

 


▣ 제2장(第二章)


『 “천자(天子)여! 하늘이 이미 우리 은(殷)나라의 명(命)을 끊었습니다.
그리하여 훌륭한 사람과 큰 거북이 감히 길(吉)함을 알지 못하니, 선왕(先王)이 우리 후인(後人)을 돕지 않아서가 아니라,
왕(王)이 음탕하고 희롱하여 스스로 천명(天命)을 끊었기 때문입니다.』

『 조이(祖伊)가 장차 하늘이 은(殷)나라의 명(命)을 끊으려 함을 말하려 하였으므로 특별히 천자(天子)를 불러서 감동하게 한 것이다.
흘(訖)은 끊음이다. 격인(格人)은 지인(至人)『[훌륭한 사람]』이란 말과 같으니,

격인(格人)과 원귀(元龜)는 다 길흉(吉凶)을 먼저 아는 것들이다.
‘하늘이 이미 우리 은(殷)나라의 명(命)을 끊어 격인(格人)과 원귀(元龜)가 모두 감히 그 길(吉)함을 아는 자가 없다.’하였으니,
흉화(凶禍)가 반드시 이를 것임을 심하게 말한 것이다. 하늘에 있는 선왕(先王)의 영혼이 우리 후인(後人)을 돕지 않아서가 아니요,
우리 후인(後人)들이 음탕하고 희롱하여 스스로 하늘의 명(命)을 끊었을 뿐이다.』

 

 

▣ 제3장(第三章)


『 그러므로 하늘이 우리를 버리시어 편안히 먹음을 두지 않게 하며 천성(天性)을 헤아리지 않게 하며 따라야 할 법을 따르지 않게 합니다.』

『 강(康)은 편안함이요, 우(虞)는 헤아림이요, 전(典)은 떳떳한 법이다.
주왕(紂王)이 스스로 하늘의 명(命)을 끊었으므로 하늘이 은(殷)나라를 버려,
편안히 먹음을 두지 않게 하여 기근(饑饉)이 거듭 이르고 천성(天性)을 헤아리지 않게 하여 백성이 떳떳한 마음을 잃고,
따라야 할 법을 따르지 않게 하여 떳떳한 법을 폐괴(廢壞)한 것이다.』

 

 

▣ 제4장(第四章)


『 지금 우리 백성들은 나라가 망(亡)하기를 바라지 않는 이가 없어서 말하기를 ‘하늘은 어찌 위엄을 내리지 않으며,
대명(大命)을 받을 자는 어찌 오지 않는가. 이제 왕(王)은 우리에게 어쩌겠는가.’ 라고 합니다.”』

『 대명(大命)은 비상(非常)한 명(命)이다. 지(摯)는 이름이니, 《사기(史記)》에 “대명(大命)이 어찌 이르지 않는가.” 하였다.
백성들이 주왕(紂王)의 학정(虐政)에 시달려 은(殷)나라가 망하기를 바라지 않는 이가 없어서 말하기를
“하늘은 어찌하여 은(殷)나라에 위엄을 내리지 않으며, 대명(大命)을 받을 자는 어찌하여 오지 않는가.
이제 왕(王)은 우리들에게 어쩔 수가 없다.” 하였으니, 주왕(紂王)이 다시 우리에게 군장(君長)이 될 수 없음을 말한 것이다.
상장(上章)은 하늘이 은(殷)나라를 버림을 말하였고, 이 장(章)은 백성들이 은(殷)나라를 버림을 말하였으니,
조이(祖伊)의 말은 통절(痛切)하고 명저(明著)하다고 이를 만하다.』

 


▣ 제5장(第五章)


『 왕(王)이 말하기를 “아! 나의 태어남『[삶]』은 명(命)이 하늘에 달려 있지 않은가.” 하였다.』

『 주(紂)가 탄식하고 이르기를 “백성들이 비록 나를 망하게 하려고 하나 나의 태어남은 홀로 명(命)이 하늘에 있지 않는가.” 하였다.』

 

 

▣ 제6장(第六章)


『 조이(祖伊)가 돌아와 말하였다. “아! 너의 죄가 많아서 나열되어 상천(上天)에 있는데 하늘에게 명(命)을 책할 수 있겠는가.』

『 주왕(紂王)이 이미 허물을 고칠 뜻이 없으니,
조이(祖伊)가 물러나와 말하기를 “너의 죄가 많아서 하늘에 삼렬(參列)되어 있는데 하늘에게 명(命)을 책할 수 있겠는가.” 하였다.
여씨(呂氏)가 말하였다. “하늘에 명(命)을 책함은 오직 하늘과 덕(德)이 같은 자만이 가능하다.”』

 


▣ 제7장(第七章)


『 은(殷)나라가 곧 멸망(滅亡)할 것이니, 네가 한 일을 지적하건대 죽임이 너의 나라에 없지 않을 것이다.”』

『 공(功)은 일이다. “은(殷)나라가 곧 상망(喪亡)할 것이니,

네가 행한 바의 일을 지적하건대 상(商)나라에 죽임을 면할 수 있겠는가.”라고 한 것이다.』

『 소씨(蘇氏)가 말하였다. “조이(祖伊)의 간언(諫言)이 다 말하고 숨기지 않아서 한(漢)•당(唐)의 보통 군주(君主)는 수용할 수 없는 것이었다.
주왕(紂王)이 비록 고치지는 않았으나 끝내 노(怒)하지 않아서 조이(祖伊)가 온전하였으니,
후세(後世)의 인주(人主)는 주왕(紂王)만도 못한 자가 많은 것이다.”』

『 나는 이 편을 읽고서 주(周)나라의 덕(德)이 지극함을 알았다.
조이(祖伊)는 서백(西伯)이 여(黎)나라를 이긴 것이 은(殷)나라에게 불리하다고 생각하였으므로 달려가 주왕(紂王)에게 고하였으니,
생각컨대 반드시 서백(西伯)이 여(黎)나라를 이긴 것이 은(殷)나라에 불리하다는 말을 언급했을 듯 한데도 들어가 군주(君主)에게 고하고 나와서
사람들에게 말할 적에 털끝만큼도 주(周)나라를 언급함이 없으니, 이에 주(周)나라가 애당초 천하를 탐하려는 마음이 없었음을 알 수 있다.
여(黎)나라를 이긴 것은 의리에 마땅히 정벌하여야 했기 때문이니,
가령 주(紂)가 개과천선(改過遷善)을 하였더라면 주(周)나라는 장차 끝내 신하(臣下)의 절개를 지켰을 것이다.
조이(祖伊)는 은(殷)나라의 현신(賢臣)이었다. 주(周)나라의 흥함이 은(殷)나라에게 불리함을 알았고,
또 은(殷)나라의 멸망이 애당초 주(周)나라에 관여됨이 없음을 알았다.
그러므로 여(黎)나라를 이김으로 인하여 주왕(紂王)에게 고할 때에 천명(天命)과 인정(人情)의 두려울 만함을 반복하여 말하고,
조금도 주(周)나라를 언급함이 없었던 것이니, 문왕(文王)•무왕(武王)이 천하(天下)를 공정하게 한 마음을 여기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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